
지난 일요일, '오르세 미술관전'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다녀왔다.
다소 허둥지둥 서둔 감이 있었는데, 왜냐면 그날이 지난 4월부터 4개월반 동안이나 열려 있었던 이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왜 마지막날이 되서야 보러갔냐면, 정말 할 말이 없다. 5, 6월까진 서비스 오픈 때문에 정신이 온통 한곳에 쏠려있었고, 7, 8월 여름 동안은 축 늘어져있었다손 치더라도 중간에 모네전까지 여유있게 본 걸.
난 왜 이 전시가 9월 중순까지라고 느긋하게 믿고 있었던 걸까. 자칫 <만종>을 영영 보지 못하고 말 뻔했다.
마지막이기에 역시 사람이 많았다.

프레데릭 바지유, <콩다민 가에 있는 바지유의 아틀리에>, 1869-70년, 캔버스에 유채, 98 X 128Cm.

에드가 드가,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1868-1869년, 32 x 46cm

에두아르 마네, <피리부는 소년>, 1866년, 161 x 97cm
배경이 과감히 생략된 그림이다. 심지어 그림자조차도 그리다 만 듯하다. 어찌보면 현대의 사진관 스튜디오의 회색 배경막 앞에서, 잘 갖춰진 조명 아래서 찍은 프로필 사진 같은 느낌이다. 살롱전에서 거부당하고 미술계 인사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에밀 졸라만은 이 그림을 적극 지지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보면 캔버스가 상당히 커서 크게 인화된 실물 크기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피리를 부는 이 황실 근위군 차림의 소년의 발그스레한 뺨이었다.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긴 듯한 붓질이라고 할까.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반 고흐의 방>, 1889년경, 캔버스에 유채, 57.5 ×74cm
(곁말. 아래 링크에 가면 입체로 재현된 고흐 침실을 볼 수 있다.
http://www.lachambredevincent.camargue.fr/pages/visituk.html
http://www.luise-berlin.com/fr/chambres/203.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