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혼자 있기’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에는 함부러 타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듯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과 닿아있으며, 그 깊은 곳에서 나온 독특한 감성으로 세상을 느끼고 싶어하는 듯했으며, 그 감성과 느낌을 항상적인 상태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또한 혼자 여행하는 이들은 바삐 이동하기보다는 한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한자리에 조용히 오래 머무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혼자 여행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박물관 계단이나 유적지 그늘에, 공원 벤치나 길가 숲에, 어디든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무르곤 했다. 그런 때 그들은 의식과 감각의 어느 지점에 샛길이 열리고, 그 샛길을 따라 한없이 걸어들어가 세상을 잊은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혼자 있다'라는 말이 거느리는 이미지나 울림은 그 진폭이 상당히 크다.
고독을 잘 이겨내는 강인한 인성의 소유자라는 의미부터 외롭고 청승맞은 사람이라는 인상까지, 세속을 벗어난 독야청청한 수행자의 이미지부터 세상의 흐름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이미지까지, 아마 '혼자 있다'는 말에는 두가지 측면이 더 존재할 것이다.

'혼자 있기'의 병리적 측면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극단적 방어의식, 또는 분노의 표현'일 수 있다. 상처입은 동물은 산의 가장 후미진 곳을 찾아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다.

'혼자 있기'의 건강한 측면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분리와 개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은 채 충만함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정신건강의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 김형경, ‘사람 풍경’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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