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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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에는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명대사가 넘쳐난다.…특히 나를 무장해제시킨 대사는 “어떻게 아느냐, 너는…(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을)”였다. 조선말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를 위해 반장이 편입생과는 일본어로 대화해도 감점이 없도록 제안하자, 감동한 학생이 한 말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하면, 그 사람을 믿고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확신은 언제 오는가. <미션>에서 야비한 노예사냥꾼 로버트 드 니로는 질투와 결투로 동생을 죽인다. 사람들은 잔인무도한 그가 죄의식에 고통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는 6개월간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를 유폐한다. 자기 성(城)에 갇힌 그를 찾아온 신부 제레미 아이언스의 한마디에, 그는 신부를 따라나서고 원주민과 더불어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 신부가 그에게 한 말은, “당신은 동생을 사랑했군요.” 가장 듣고 싶은 말, 가장 이해받고 싶은 심정을 알아준 사람을 따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내 마음 깊고 깊은 토굴에 닿은 사람에게, 우리는 목숨이라도 바친다.…

언어가 다르고 사회적 위치가 달라서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없으면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피로한 게임이 된다. 마음이 가난하면 불신과 피해의식에 에너지를 쏟느라 쿨한 계약조차 제대로 성사되지 않는다. 계약 주체로서 고정되고 완결된 내 몸의 경계(境界, 警戒)를 넘으면, 타인의 심정에 가까이 닿을 수 있다. 독심술이 상대를 나의 의도로 환원하는 둘이 합해도 하나에 미달하는 마이너스 기술이라면, 공감은 타인의 마음을 얻어 나도 상대도 확장되는 성장이다. “어떻게 아느냐. 너는….” 이만한 사랑 고백, 삶의 열락이 없다.

- 정희진, “어떻게 아느냐, 너는…” <씨네21> 610호(2007.7.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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