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빛의 화가, 모네

올해 상반기엔 ‘로버트 카파“전이나, ‘앤디 워홀’전 같은 알짜 전시들을 (게으름 때문에) 모조리 놓친터라, 하반기의 전시들은 꼭 챙겨볼 요량을 가지고 있다. 마침 9월까지 모네전과 오르세전이 있다! 느긋하게 천천히, 행복하게 즐길 참이다. 우선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전을 먼저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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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네전은 수련 그림을 걸게나 배너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수련은 모네에게서 아주 중요한 대상이다. 연못, 그러니까 물은 빛의 아롱거림을 포착하기 좋은, 빛의 ‘인상’을 연구하기에 아주 적합한 소재이기 때문에 연못이나 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그러다보니 수련도 빠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되다보니, 일부 작품들은 극단적인 ‘추상’으로 흐르기도 했다. (인상주의는 기본적으로 ‘구상’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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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모네, <수련>, 1914-1917. 캔버스에 유채, 200×200cm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추상에 가까운 수련이나 일본식 정원 연작들보단, 다소 평범한 구상적인 풍경들이 마음에 들었다. <파란집이 있는 노르웨이의 풍경>, <채링 크로스 다리> <런던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탑들> 같은 것들이다. <좌초된 배>같은 ‘전형적인’ 인상주의 작품도 나쁘지 않았다.

모네는 같은 대상물과 주제를 가지고 숱한 작품들을 그렸는데, 내 마음에 든 그림들은 같은 주제를 그린 작품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들인가보다. 돌아와서 웹에서 검색을 해보니, 정보나 이미지 자체를 구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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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모네, <파란집이 있는 노르웨이의 풍경>, 1895. 캔버스에 유채, 26 by 36 1/2 inches

마젠타와 시안이 조금씩 분산돼있었던 색의 분포. 배경이나 대상의 형태는 구체적이지 않고 붓터치도 많지 않아보이나 그림이 주는 인상은 사뭇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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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모네, <채링 크로스 다리>, 1899-1901. 캔버스에 유채, 65 x 81cm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것은 크게 두세가지 밖에 되지 않는 색과, 극히 단순한 몇번의 붓질 뿐이다. 짙게 침잠한 다리와 주위 풍경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시각적인 잔가지, 그 세세한 디테일까지 우리 눈에 저장되진 않을 것이다. 단지 크고 굵직한 시각적 요소들이 그 풍경을 말해줄 뿐. 중요한 것은 시야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그것을 둘러싼 공기다.

모네가 ‘채링 크로스 다리’를 그린 것은 웹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은 절대적으로 구할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찾은 이미지조차도 해상도와 색상이 참 난감한 수준이다. 실제 작품은 절대 이 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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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모네, <런던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탑들>, 1903. 캔버스에 유채, 81×92cm

이런 풍경.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너스] 이번 전시에 대한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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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21:50 2007/07/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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