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결혼식

13년지기 친구 준희의 결혼식.

아침 일찍 KTX로 내려가는 데 3시간 반, 밤 늦게 무궁화호로 올라오는 데 5시간. 당일치기 왕복 8시간 반으로 다녀왔지만 정작 녀석 얼굴을 본 시간은 채 20분도 되지 않았다. 신랑은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인사하고, 접대하고, 틈틈히 예식장 관계자들로부터 예식에 대한 조언을 듣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나는 식 직전에 허겁지겁 서두르는 신랑의 얼굴을 간신히 보고 1분 정도 시간을 빼앗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식장은 1시간 단위로 예약이 잡혀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식을 올리고, 주례를 듣고, 케이크를 자르고, 하객에 인사를 하고, 친척들-친구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부부끼리 사진을 박았다.

결국 나중에 세월이 흘러 남는 것은 '예식을 올렸다'는 기억과 사진 몇장, 시디 한장으로 구워진 짤막한 동영상 정도일 게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남기는 추억이라는 것이 이 정도라면 결혼식도 참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체면치레는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어린애 같던 신랑은 늠름했고, 처음 얼굴을 본 연상의 신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럼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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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00:56 2007/05/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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